사뿐사뿐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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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와 한국의 무려 20년간의 긴 악연이 끝이 났습니다. 전 세계의 투자 분쟁을 해결하는 단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중재재판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게 2억 1650만 달러(한화 약 2900억 원)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 금액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소송한 금액인 약 6조 원에서 5%가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이 글만 읽어도 지난 20년간의 론스타와 한국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론스타 로고

천만다행인 배상 금액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6조 원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2950억 원은 매우 큰 금액입니다. 그러나 소송액의 규모를 보았을 때 이는 천만다행입니다. 만약 소송액의 50%만 인정되었어도 한국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무려 3조 원을 미국의 사기업에 갖다 바칠 뻔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국 정부가 미국 사기업에 돈을 줘야 할까요? 이 역사는 약 25년 전인 IMF 외환위기부터 시작됩니다. 이 어려운 내용을 아주 간결하게 풀어보겠습니다. 

 

  • 외환은행의 외환위기.

1997년,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를 맞이합니다. 외환위기는 말 그대로 외국의 돈을 갚을 능력이 사라진 위기입니다. 쉽게 말하면 달러로 외국에서 물건을 사 와야 하는데 내 주머니에 달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외환은행은 IMF 사태 이후 경영난에 부딪힙니다. 자회사 외환카드의 부실 문제까지 함께 터져버립니다. 경영난이 심화되자 외환은행은 꼭 보유해야 하는 현금의 비율인 자기 자본비율(BIS)이 8%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부실해진 은행을 미국의 사냥꾼인 론스타가 먹잇감을 노리듯 찾아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진은 2006년 당시 검찰이 외환은행과 론스타를 수사할 때입니다.

  • 론스타는 어떤 회사인가?

론스타는 1989년에 미국의 텍사스에서 세워졌습니다. 부동산 사모 펀드로 시작한 론스타는 1990년대 후반 IMF 외환 위기 때 많은 아시아 국가 기업 투자에 참여합니다. 이미 부실해진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 구조조정 그리고 부동산 매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습니다. 쓰러져가는 건물을 헐값에 사들인 후 예쁘게 새단장을 해 비싸게 파는 방식입니다. 이 사냥꾼 기업이 한국의 외환은행을 먹잇감으로 찾은 것입니다. 

 

  • 론스타는 어떻게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나?

론스타는 아시아의 많은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이 중 일본의 산업 기업도 론스타의 손에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에서는 산업 자본과 은행 자본의 분리가 꼭 필요합니다. 법적으로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대한민국의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의 자기 자본비율이 8% 이하이므로 부실기업으로 인정함으로써 특별 조건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가합니다. 이 특별조건은 바로 은행법 시행령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쉽게 말해 외환은행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알아서 망하기 때문에 산업 자본이든 누구든 와서 인수해가라는 것입니다. 

 

2006년 외환은행과 금융 노조원의 시위 사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인수되는 과정은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2006년 금융노조원의 시위 사진.

  •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어떤 행동을 했는가?

기업 사냥꾼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돈이 되는 기업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2003년 8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공식 인수합니다. 인수 금액은 1조 3800억 원입니다. 그리고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외환은행을 다시 매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이 IMF를 극복하는 동안 외환은행의 가치는 인수 금액의 3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론스타는 배당을 통해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이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세계적인 대형 은행 HSBC(홍콩 상하이 은행)과 무려 6조 원대의 매각 계열을 타진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한국 정부, 금융감독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을 거부했습니다.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문제로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최종 포기합니다. 론스타는 2012년에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의 지주회사 하나금융지주에 약 4조 원에 매각합니다. 7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론스타는 배당금과 매매 차익을 포함해 무려 4조 원의 이익을 남기고 한국을 유유히 떠납니다. 

 

  • 론스타는 왜 대한민국 정부에 소송을 걸었는가?

4조 원을 벌었으면 행복하게 떠날 것 같았던 론스타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론스타는 기업 사냥꾼입니다. 사냥꾼은 사냥감을 끝까지 털어먹습니다. 원래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은행에 매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사기업의 매각을 방해했다는 것이 론스타의 주장입니다. 따라서 론스타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훼방으로 매각이 무산되었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가 2012년 12월입니다. 이후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치열한 국제 법정 공방이 지속됩니다.

 

론스타와 대한민국의 로고
20년의 질긴 악연이 끝났습니다.

  • 판결 결과

무려 20년이 넘게 지속되었던 론스타와 한국의 질긴 인연이 끝이 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약 3000억 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거기에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용한 법률 자문비와 중재비만 약 500억원입니다. 론스타는 배당금과, 2012년 외환은행을 매각하며 얻은 매각차익, 이번 소송으로 받을 배상금까지 합치면 약 5조원의 이득을 보고 이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뼈아픈 교훈입니다. 부실 기업이 자본주의를 이해하고있는 기업 사냥꾼에게 걸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요즘 다시 달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있습니다. 우리 모두 조심하여 제 2의 외환위기가 오지않도록 막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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